어느 굽이 몇 번은 만난 듯도 하다
네가 마음에 지핀 듯
울부짖으며 구르는 밤도 있지만
밝은 날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
가만히 들여다보면
그러나 너는 정작 오지 않았던 것이다
어느 날 너는 무심한 표정으로 와서
쐐기풀을 한 짐 내려놓고 사라진다
사는 건 쐐기풀로 열두 벌의 수의를 짜는 일이라고,
그때까지는 침묵해야 한다고,
마술에 걸린 듯 수의를 위해 삶을 짜깁는다
손끝에 맺힌 핏방울이 말라가는 것을 보면서
네 속의 폭풍을 읽기도 하고,
때로는 봄볕이 아른거리는 뜰에 쪼그려 앉아
너를 생각하기도 한다
대체 나는 너를 기다리는 것인가
오늘은 비명 없이도 너와 지낼 수 있을 것 같아
나 너를 기다리고 있다 말해도 좋은 것인가
제 죽음에 피어날 꽃처럼, 봄뜰에서
-나희덕, <고통에게 1>
내일이 수능이길래 2년 전 필사집을 꺼내보았다.
수능이 91일 남았을 때 필사했던 시인데 그때의 감정이 어땠는지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다.
19살의 나는 시도 정말 많이 읽고 노래도 정말 많이 듣고 아무튼 정말 감성적인 친구였다.
남들보다 덜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흔적들을 보면 남들만큼 힘들었나 보다.
재수 안 한 거 정말 잘 한 거 같고, 기말고사...... 아마도 못 치겠지만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......
모두모두 파이팅~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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